영화 리뷰

<클로즈> 2022, 루카스 돈트

Heeji 2023. 5. 6. 01:44

우선.. 이런 기승전결의 각본을 상업영화에 쓸 생각을 했다는게 너무 놀랍다. 절친한 두 소년이 학교에서 호모라고 놀림받아 사이가 틀어지고 한명이 한명이 밀어내고 결국 슬픔을 겪는or화해하는 이야기<라니 학교 과제로 가져가도 뻔하다고 할 것 같은데..

난 레미가 도구적으로 이용되는 것조차 이 도식적인 시나리오에 따라오는 요소라 생각해 예상을 하고 있었다. 다만 문제는 레미의 죽음이었다. 죽음으로 인해 관객은 레미의 이야기(내면)를 더이상 들을 수 없게 된다.(나중에 편지가 발견된다거나 이런 방법이 있긴 하지만 한정적이다) 레미의 죽음은 합당하다고 하기엔 과장스러운 측면이 있고, 굳이 납득이라는 이유가 아니더라도 하나의 인물을 영화 속 세계에서 실제로 존재하도록 하기 위해, 또 그 인물을 존중하기 위해 레미의 내면이 드러났어야 한다. 레미의 내면이 표현되면 레오의 내면까지도 영향이 가고, 영화의 전체적인 내면적 세계가 풍부해졌을 것이다.

이 내면적 세계의 풍부함의 문제는 레오의 '슬픔'까지도 이어진다. 레미의 죽음 후 영화는 레오의 슬픔을 드러내는데 집중한다. 물론 레오의 슬픔은 매우 잘 와닫지만, 문제는 '어떤 슬픔'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레미를 밀어낸 죄책감인 것인지, 절친을 잃음으로 인한 고독과 두려움인지, 레미라는 세상의 하나뿐인 사람을 잃은 상실감인지 우리는 레오의 슬픔이 어떤 슬픔인지 모른다. 그저 절친을 잃었기에 당연히 느껴지는 슬픔처럼만 표현되지 그 이상을 말해주지는 않는다.(레오가 레미의 엄마를 계속해서 쳐다보는 몽타주를 통해 죄책감일거라는 추즉이 들긴 하지만 이것또한 너무 도식적이라 그냥 믿고싶지 않았다......하)

오히려 인물이(레오뿐만 아니라 인간에게 적용될 수 있는)가진 양면성을 표현하는 형식이 좋았다. 오프닝의 꽃반 쇼트가 너무 아름다웠고, 그 꽃이 둘의 관계와 이어지는 것, 그리고 꽃 농장이 흙밭으로 변하는 것, 레오가 하키 훈련에서 점점 낙오되는 것.(다시 생각해보니 하키도 도식적이다 젠장)

고백을 통한 레오의 변화는 성장이라고 할 수 있을까? 울음을 참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 레오는 용기있고 강하게 성장한 것일까? 우리는 레오의 상처 또한 살펴봐야 한다. 레미만 상처받은 것이 아니라 레오 또한 레미의 죽음으로 인해 상처를 받았다. 친구를 잃은 슬픔, 죄책감 등 이 모든 복합적인 것들은 레미가 레오에게 준 상처이다. 영화는 레오의 상처를 품어주지 않는다. 시중일관 레오가 자신의 내면을 말하지 못하게 하고, 마지막에 가서도 그것을 '성장'으로 치부한다. 이런 성장이라면 너무 잔인하고 폭력적이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