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두만강 2009, 장률
Heeji
2022. 11. 17. 18:39
영화는 황량하게 얼어붙은 두만강을 몇분간 바라보다 두만강 위에 웅크리고 있는 주인공 창호를 보여주며 시작한다. 두만강이 갖는 의미는 지리적으로도 영화적으로도 ‘경계’이다. 북한과 중국 사이의 경계이며 조선족과 북한인들은 두만강을 넘나들며 서로를 마주한다. 시작서부터 두만강에 웅크려있는 창호를 보여줌으로써 창호는 북과 조선족의 경계에 위치하는 인물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창호 외에도 경계에 위치하는 인물이 한명 더 있다. 명태를 나르며 탈북자를 도와주는 아저씨이다. 하지만 아저씨 또한 누군가의 신고로 인해 경찰에 끌려가게 된다. 창호와 아저씨가 맞는 파멸의 공통점은 북한 사람과 조선족 사람들의 균열로 인한 것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조선족 아이들이 북한 아이들 때릴 때, 장률 감독은 “양이 뭐길래 사람을 그렇게 때리니”라는 대사를 통해 자신의 참담한 심정을 내비친다. 창호의 죽음 이후 농인인 누나는 말을 하고, 할머니는 자신이 어릴 적 존재했다던 두만강의 다리를 통해 강을 건넌다. 경계에 서 있던 창호의 죽음으로 경계가 허물어진 것이다. 하지만 애달픈 누나의 소리침과 눈보라를 지나쳐가는 할머니는 마냥 희망차보이진 않고 그토록 서로를 가르던 경계는 부질없어보인다. 장률 감독은 창호라는 인물을 통해 두 경계면이 동화되는 과정과 현실의 참담함을 녹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