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범죄도시2> 2022, 이상용

Heeji 2022. 11. 17. 18:43

1.사건의 연결성, 왜?의 결여
마동석이 도대체 왜 거의 집착의 수준으로 손석구를 뒤쫓는지 설명해주지 않는다. 살인범 잡는데 이유가 있냐고 하지만, 냉정하게 바라본다면 손석구 한명을 잡으려다 17명의 희생이 따랐다. 이런 오류에 오락영화는 이유와 서사가 필요하지 않다며 그저 치부해버리면 이야기가 무엇이든 상관없다는 말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야기가 상관없는 영화, 말이 될까?
2.도식적을 떠나 수평적인 내러티브
단지 고전적 내러티브의 형태 자체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고전적 내러티브 안에서도 입체적인 인물과 고유한 서사를 그려낼 수 있다. 특히 오락영화인경우 관객을 사로잡는 스펙타클한 사건의 전개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야기의 구조를 떠나 이 이야기가 ‘흥미롭다고’ 느껴지는가? 다른것을 충족시키지 못하더라도 조금이라도 더 관객의 공감과 흥미를 이끄는 이야기를 그려낼 순 없었던 것일까? 흥미로운 내러티브가 가장 중요시되는 기획상업영화에 내러티브의 구조만이 남은 아이러니한 현상이다.
3.엔딩의 힘
내러티브의 문제는 엔딩까지 연결된다. 우리는 마동석이 화려한 액션으로 적들을 제압하고 마침내 손석구를 체포할 것이라는 걸 ‘안다’. 그렇다면 마동석이 ‘어떻게’ 그 과정을 지나 귀결할 것인지를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앞서 말한대로 ‘어떻게’는 텅텅 빈채 구조적 흐름만 드러났고 그 껍데기가 불러온 것은 카타르시스도, 감동도 아무 여운도 느껴지지 않는 엔딩이다. 카타르시스에 대해서는 그럼에도 관객의 사랑을 받은 이유에 대해서 언급하겠다.
4.장르의 정체성과 모순
과도하게 잔인한 장면이 반복적으로 드러난다. 물론 당위성을 부여하지 않고 고어적 이유로 폭력을 부여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가 고어적 요소를 강조하는 듯해 보이던가? 또한 이 영화는 코미디 요소도 갖추고 있다. 이런 폭력적 행위가 정당화되려면 고어액션코미디 라는 장르적 정체성이 드러나야 한다. 그러나 액션코미디라는 것은 인식되지만 어떻게 뵈도 고어적 요소를 강조하는 형식은 보이지 않는다. 그것이 이 영화의 폭력이 정당화되지 않는 이유다.
5.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의 사랑을 받은 이유
아무것도 없는 영화가 천만이 넘는 관객을 넘을 순 없다. 이 영화가 가장 강력하게, 아니 이 영화에 드러나는 것은 단 한 가지다. 마동석이라는 캐릭터. 이 인물이 좋은 인물이라고 칭찬하는 것이 아니다. 관객은 마동석의 초인적인 능력을 통한 사건 해결에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관객이 영화에서 공감할 요소는 이뿐이다. 엔딩이 용두사미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내러티브의 부실함도 있지만 관객의 초점이 마동석이라는 캐릭터가 행동함에 있어서일 뿐이다. 추가로 손석구의 무차별한 폭력적 행위에 대한 무의식적 긍정. 관객들은 스스로에게 한번씩 질문을 던져 볼 필요가 있다. 그저 이유막론하고 해피엔딩으로 귀결되는 이야기 속에서 쾌도난마의 액션을 즐기며 얻는 쾌감은 건강한 것이며, 우리의 현실과 삶에 의미를 부여하게 해 주는가? 영화는 삶으로부터 회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궃은 삶을 나아가기 위한 것이다. 나는 영화를 보며 영화에 공감하는 현대인들의 정서에 대해 생각했다. 개인주의 사회로 변한 현대에서 관용을 나눌 여유 없이 쉬운 쾌감만 고민없이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이해는 가면서도 씁쓸하였다. 많은 관객들이 조금만의 노력과 고민으로 삶을 더 가치 있게 만들어 줄 쾌감을 찾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