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여자는 여자다> 1961, 장 뤽 고다르

Heeji 2022. 11. 22. 02:41

나의 다섯번째 고다르 영화.. 사실 고다르란 내게 너무나도 먼 존재였다. 매우 작가주의적인데다가 친절하지 않은 탓에 그의 영화를 받아들일 수준이 안됐다고 생각했는데 <미치광이 피에로>와 <경멸>을 좋게 보고 난 후 찬찬히 곱씹으면 안될 것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는 여자다>에밀의 본격적인 등장 전후로 색상과 장소에서 차이가 나타난다. 주로 빨강의 옷을 입는 안젤라가 쇼를 하는 가게나 서점, 길거리 등을 돌아다닐때보다 온통 하얀색으로 되어있는 집에 들어섰을때 그 색이 더욱 강조된다. 파랑색 옷을 입은 에밀 또한 흰색의 집에서 두드러지며 두 인물이 확실하게 대비된다. 이런 면에 있어 <펀치 드렁크 러브>의 색 대비가 떠오르기도 한다. 아담 샌들러의 폭력적인 우울을 표하는 파랑처럼 빨강에서 막무가내로 임신을 원하고, 안주하지 못하는 안젤라의 모습이 드러나는 듯 보인다.
스트립걸인 안젤라는 오늘의 운세를 보고 남편에게 임신을 원하지만 에밀은 다른 남자를 구해다 줄 정도로 그녀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 ‘여성으로써의 기능’의 극단에 위치해 있는 인물이 반대편의 위치로 도달하려는 것이다. ‘임신’ 이라는 것이 오늘의 운세에서 거론 될 만큼 여느 여성에게는 가벼운 것일 수 있겠지만, 그 운세(임신)에 갑작스럽고 또 극단덕으로 매달리는 안젤라의 모습은 단 한번도 언급하지 않은 그녀의 내면을 보여준다.
고다르의 영화에서 쓰이는 빨강은 상징성을 띈다기보단 인물의 성격이 강조되는 하나의 방법으로 보인다. 이런 면에서 <여자는 여자다>와 <미치광이 피에로>가 유사한 부분을 띄고, <경멸>에서는 보다 복잡한 감정이 내제되어 있다.
암튼..중~후반부는 장소가 계속 똑같아서 좀 지루했고 벨몽도랑 카리나가 얘기하는 장면이 좋았음. 경멸이랑 같이 글을 좀 찾아본 뒤에 다시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