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케르크> 2017, 크리스토퍼 놀란
많은 사람들이 <덩케르크>를 두고 '절제의 미학'이라는 평을 한다. 흔한 전쟁 영화(전쟁영화뿐만 아니라)들은 휴머니즘을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인물이나 상황의 절절함을 사용하는 반면 <덩케르크>는 인물 개개인의 생각이나 감정 따위를 강조하지 않는다. 이러한 이야기가 없는 '연출'이 <덩케르크> 고유의 성격이자 양날의 검이 되는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의 내용은 '덩케르크에 갇힌 영국군들이 그곳을 탈출하려 계속해서 시도하지만 실패한다'이다. 군인들은 갖은 방법으로 모래지옥 같은 덩케르크 해변을 떠나려 시도하지만 저주라도 걸린 것 마냥, 떠날 수 없음이 너의 운명인 것 마냥 결국 탈출에 실패하고 덩케르크로 돌아오게 된다. 어쨌든 덩케르크로 회귀하게 된다는 사실을 전하는 데에 있어서 영화는 탈출에 실패하게 된 이유-상황-의 규모나 사건적 흥미를 말하지 않는다. 더불어 그 상황에서 인물이 느끼는 비참함, 공포와 같은 감정을 말하지도 않는다. 어떤 이유에서든 결국 덩케르크로 돌아오게 된다는 사실을 아무렇지도 않게 덤덤하게 말하기에 군인들의 회귀가 오히려 운명적이고 비극적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이런 과묵한 연출에 대해, 전쟁이라는 거대한 소재 속에서 별다른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것에 의아함이 들면서 답답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곧 내가 느끼는 이 답답함의 근원이 '영화가 재미없어, 느려'와 같은 것이 아니라 영화 속 군인들이 느끼고 있는 것과 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떤 사건이 벌어져도 계속 덩케르크로 회귀하는 것에 대한 답답함 말이다. 영화를 보며 드는 여러 감정 중에 새로운 감정을 느끼는 경험은 많이 해보았지만 익숙한 감정이 다른 근원으로부터 생겨나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앞서 말했듯이, 영화는 개인의 깊은 감정과 생각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주인공을 꼽자고 해도 굳이 따지자면 검정 곱슬머리 영국군이라고 할 수 있는데 보시다시피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다. 관객이 영화를 본다는 것(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생각하고, 좋아하고, 싫어하는 모든 행위를 의미한다)은 공감과 이입이라는 참여가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믿던 인생의 진리던, 아주 사소한 것이던 자신의 삶과 일부분 공명하기에 우리가 영화에 빠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덩케르크>에서 내 삶의 일말의 부분도 찾을 수 없었다. 영화에서 내가 가장 이입한 것은 한 인물도, 순간의 감정도 아닌 불특정의 '군인들'이다. 이마저도 앞서 말했듯이 답답함을 느꼈다는 그 부분을 말하는 것이다. 영화에는 덩케르크를 탈출하려는 군인들, 공군, 군인들을 구조하려는 아저씨 이렇게 세 개의 플롯이 있다. 연료계가 고장 나서 결국은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을 암시하는 공군 이야기와 아무 이유 없이 군인들을 구하러 가는 아저씨의 이야기를 보며 내가 왜 이들의 이야기를 보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지난 수업의 중점 내용이었던 '<식스 센스>가 마지막 반전을 통해 관객에게 충격을 주기 위해 어떤 방법을 쌓아왔는지'처럼 <덩케르크>가 어떠한 이야기나 설명도 없이 마지막에 감동을 이끌어낼 수 있었는지에 대해 탐구해 보겠다. 많은 전쟁 영화에서 끔찍한 전우애가 강조되고 이를 통해 감동을 이끌어내는 반면 <덩케르크>에서는 소위 착하다거나 인간심 강한 인물을 찾기 어렵다. 오직 군인들을 구하러 온 아저씨+a의 요트들만이 감동을 이끌어낼 만한 요소를 갖추고 있는데, 그저 이 사람들이 군인들을 구하러 온다고만 해서 관객이 큰 감동을 받는다고 하기에는 어렵다. 영화에서 아저씨-요트들-은 곧 처칠, 시민, 언론과 함께 군인들과는 반대의 어떠한 부류로 표상되는데, 주목할 것은 군인들이 자신들에게 도움을 주는 이 사람들에게 그다지 고마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쟁영화에서 자신을 구해줬다고 눈물 흘리는 그 흔한 장면 하나 없으며, 심지어는 자신을 구해준 사람에게 배를 돌리라고 화를 내가 사람을 밀쳐 죽이기까지 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점점 큰 힘을 만들어 군인들을 구한다. 사실 이렇게 자신을 적대시하는 상대에게 연민을 베푸는 것은 사람들-군인 의 관계가 아닌 군인들 사이에서 먼저 나타난다. 국적에 따라 생존 여부가 갈리고, 어제의 동료가 오늘의 발판이 된다. 이런 내용에서 기억에 남는 두 쇼트가 있는데, 영국군인 척 그들 틈에 숨었던 프랑스군을 내쫓으려던 해리 스타일스가 마지막에 그 프랑스군과 같이 구조되어 눈이 마주치는 아주 짧은 쇼트이다. 그 쇼트에서 사란들-군인의 관계에서 존재했던 연민이 엿보였다. 이러한 관계는 마지막 씬을 통해 거시적으로 드러난다. 군인들이 자신들을 환영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과 달리 사람들을 군인들의 생존 자체를 박수쳐주며 영화는 끝난다.
하..........그리고 킬리언이너무세끈해서미쳐버릴것같다
학교 과제로 인한 감상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