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우연과 상상> 2022, 하마구치 류스케

Heeji 2022. 11. 17. 18:46

내가 영화를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는 영화가 가지고 있는 우연성이다. 하지만 우연이 제시되는게 절대 다가 아닌 만큼 <우연과 상상>은 우연을 계기로써 상상을 통해 삶에 대한 일상성의 의미를 보여준다. 세 영화는 구조적으로나, 내러티브로써나 그다지 닮아있지 않다. 하지만 인물들은 우연 속에서 자신과 마주하게 되고, 그 끝엔 어떠한 변화를 겪는다. 이는 우리의 실제 삶과 매우 비슷하다. 아니, 어쩌면 완전히 똑같다고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영화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세상에는 우연이 넘치며 일상에선 흔한 상황이다. 우연은 세상의 현실성이고, 역으로 이 세계를 그린다는 것은 우연을 그리는 것이다.” 라고 말했다. 일상을 세밀하게 파고들어 우연성이 갖고 있는 삶을 변화시키는 힘을 포착해 영속한 필름 위에 담는 것이다. 우리는 <마법(보다 더 불확실한 것)>에서 카즈키가 되어 마법과 마법보다 더 불확실한 것을 선택해야 하는 게임의 상황에 놓여질 수도 있고, <문은 열어 둔 채로>에서의 세 사람처럼 애초의 목적과는 완전히 다른 결과를 맞을 수도 있다. 그리고 <다시 한 번>처럼 낯선 이에게 내 구멍을 보여주면서 치유의 경험을 하게 될 수도 있다. 특히 <다시 한 번>은 인물들의 관계성을 구조적으로 완전히 일치시킴으로써 영화적 형식으로 훌륭하게 담아냈다. 특히 마지막에 이름을 떠올리는 것으로 역할 속의 사람이 아닌, 두 인물이 수평적인 관계로 돌아온다는 점이 내용적으로도, 서사적으로도 힘이 강력했다. 세 영화 모두 이 점이 놀라웠다. 지극히 리얼리즘의 형식임에도 서사가 정말 극적으로 느껴졌고, 서사가 이끌어가는 힘이 있었다. 에릭 로메르 감독의 영화가 떠오르기도 했지만 닮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사에 대해 너무나 다르게 느껴지는 점이 놀라웠다. 그리고 우연이라는 소재를 강조한 측면에서 <매그놀리아>가 떠오르기도 했다. 이 영화와 다르게 <매그놀리아>는 인생에 우연은 없으며 모든 것은 필연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주제를 바라보는 감독의 시각이 영화로 이어진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