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외계+인 1부> 2022, 최동훈

Heeji 2022. 11. 17. 18:58

현실 배경의 소비(<헌트>와 유사하다) 사건에 연관되어있는 인물들은 관객에게 새로운 세계관을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이며, 나머지는 고려인인데다 도사여서 관객이 이입할 대상은 이안밖에 없음. 현실에서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일어난다면 그것과 충돌되는 아이러니가 드러나야 한다. 이안과 김우빈의 관계성으로 그 아이러니를 드러낼 수 있었지만 도식적일 뿐더러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차차리 현대의 배경이 아예 먼 미래였다면 이런 재난이 더 환타지적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이미 새로운 세계관과 신식으로 보이는 로봇들이 넘쳐나는데, 배경을 미래로 하지 못할 것이 무엇인가?
이안과 김우빈의 관계성-우빈은 로봇이라서 이안에게 정을 주지 않는다. 이는 둘의 이별을 극적으로 만들 수 있는 설정이다. 두 모자의 관계를 어떤 감정이든 감정적으로 묘사하고 그 관계성을 부여했어야 하는데, 도식적인 관계성이 아니라 그저 부재만 남아있다. 우빈이 이안의 중간중간 챙기는 이유도 우빈의 감정과 사고에 의해서라고 받아들여지지 않고 단지 서사 진행을 위한 도구로 느껴진다.
인물들의 목표 전환(염정아, 류준열이 김태리와 한편이 되는 것), 그 전환과 김태리의 욕망 결여. 김태리가 고려시대에서까지 고군분투하며 칼을 찾는 이유는 단지 어릴 적의 기억을 잊을 수 없어서라고 한다. 심지어 아빠와의 관계도 아닌(아빠와의 관계 때문이라고 하더라도 설득이 안돼지만)죽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잊을수가 없어서. 이는 어린 아이였던 이안이 평생을 바쳐 칼을 찾는 이유라고는 개연상이 떨어진다기보단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 이안이 느끼는 감정과 생각 같은 것 말이다. 이 점에서 플롯들의 문제가 드러난다. 너무 방대한 서사를 압축시키려 했기 때문에 이안의 서사를 더 자세하기 다룰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는 이안 뿐만 아니라 염정아 부부와 류준열의 욕망 결여와도 동일한 이유이다. 염정아 부부가 왜 칼을 쫓는지는 전~~혀 설명해주지 않고 류준열이 김태리를 돕게 되는 이유도(어릴 때의 기억) 이미 돕기로 마음을 다 먹고 나서 보여준다. 차라리 첫눈에 반했다던가라는 설정이 류준열 캐릭터와 코미디적 요소에 맞게 더 어울렸을지도 모른다(도식적이긴 하지만..) 어릴 때의 기억으로 김태리를 도와준다는 그 이유가 불합리한것이 아니라 역시 너무 짧게 드러난다.
플롯의 전환-현대와 고려는 같은 시간을 공유하고 있지 않다. 현대가 지난 후 고려의 이야기인 것인데 이걸 평행편집으로 보여주니 마치 교차편집의 시간대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당장의 인과관계를 갖고 있지 않으니 이야기가 뚝뚝 끊어지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물론 플롯을 계속 전환하니 영화가 늘어지지 않는 효과는 있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결국 김태리이다. 위에서 말했듯이 김태리의 감정과 생각이 드러나지 않은 것처럼 플롯을 직선적으로 배치하고 김태리의 사고를 조금 더 다루는 것이 어떨까? 이런 플롯 배치에도 충분히 다른 인물들을 조명할 수 있을 것이다.
고려시대 활용의 아쉬움-고려시대가 배경이여서 할 수 있었던 것이 의상 말고 더 있었을까? 나는 흔히 다루는 조선이 아닌 고려를 배경으로 한국형 sf를 생각했다는 점이 정말 흥미로웠고 신선한 소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물들의 의상 말고는 고려시대의 특징을 활용하지 않아서 아쉬울 따름이다.
악당(죄수)의 모호한 형태-죄수들은 <괴물>에 나오는 괴생명체라기엔 너무나 뚜렷한 목표와 사고능력을 가지고 있으나, <어벤져스 : 엔드게임>의 타노스처럼 욕망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여기서 문제는 욕망의 결여가 아니다. 죄수는 매우 애매한 형태를 띄고 있다. <괴물>의 괴생명체라면 욕망이 있을 필요도, 목표도 필요없다. 하지만 죄수들은 엄청 계획적으로 목표를 수행한다. 이 점에서 죄수들에게 인격이 부여되고, 하나의 인물로 인식하게 된다. 하지만 인물이라기엔 그들은 이름도 없고, 죄수끼리 구분지어지지도 않고, 인간과 괴생명체의 형탤르 넘나드는 마치 <괴물>의 괴생명체처럼 보인다. 죄수들의 서사를 영화에서 뺄 순 없으니 인물을 설계해야하고, 욕망과 모델을 부여해야한다. 여기서 영화가 너무 많은 인물의 서사를 다룬다는 문제점이 계속해서 추가된다.
이 영화는 <매트릭스>를 표방하는 <듄>과 같다. 거대한 세계관을 소개하고, 의도적으로 2편을 암시하며 끝내는 방식. <듄>의 문제점은 자아도취에 취해 사건보다는 사건이 이루어지는 분위기와 환경, 설정만을 중시한다.(정말 별거 없는 내용임.. 걍 아빠 죽고 정체모를 신비한 여자 만나고 끝남) 하지만 <외게+인>은 서사를 다루려는 시도는 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서사의 설명이 구체적으로 필요한 인물이 네명이나 있어서 그것을 압축한 것이 잘못이라기보단 욕심을 버렸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동훈 감독의 유머와 익살맞는 아이디어는 여전했고 그를 통해 감독의 존재를 느낄 수 있었다. 프로듀싱의 부재가 이해되었다. 날것의 재료를 다음어주어야하는데 스토리텔링까지 전부 맡겨버린 느낌이랄까? 최동훈은 한번도 작가인적이 없다는 말을 정말 알겠다!!ㅋㅋㅋㅋ 그는 작가가 아니라 연출가이다..ㅋㅋㅋㅋ
+그리고 현재 개봉작의 반복되는 것, 인물의 욕망 결여. 너무나도 반복되니 내가 잘못 보고있는 것일까? 라는 착각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