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아바타: 물의 길> 2021, 제임스 카메론

Heeji 2023. 1. 18. 06:54

관람 전 아바타2에 대한 인상은 ‘거대 자본과 기술력을 자랑하는 거만한 영화’였다. 그러나 기대를 너무 낮게 해서인지.. 그리 과시하는 재수없는 영화는 아니었다. 매력적인 소재와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아바타1의 장점을 완전히 잊고 있었고 그 세계관과 소재가 똑같이 연계되는 것 만으로도 영화의 큰 매력이 되었다. 오랜만에 판도라 섬과 나비족, 동물들과 풍경을 마주하니 이들의 세계가 얼마나 매력적이고 아름다운지 그간 잊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제이크 가족이 물 부족으로 떠난 후 새로 등장하는 나비족들과 생명체들을 보며 그렇게 기사화되고 관객들이 주목해야할건 제작비와 cg뿐만 아니라 디자인이라고 말이다. 봉준호 감독이 괴물을 만들 때 괴물의 디자인 공모전을 열 정도로 고심해서 제작했었다. 이 일화가 생각날 정도로 생명체들의 디자인이 정말 매력적이었으며 아바타의 정체성을 더해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영화는 제이크 설리를 주인공으로 삼지만, 오히려 자식들의 이야기인 서브플롯의 비중이 더 커보이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로아크와 키리의 서사가 주로 다뤄지는데 로아크는 내면이 드러나는 반면 키리의 서사는 어딘가 나사가 빠져있다. 뭔가 혼란을 겪는 듯 하지만 어떤 문제인지는 그리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고, 자연을 보며 경이로워하는 모습만 드러난다. 키리 혼자 자연에게 점지받고 전투할 만큼 키리와 자연과의 관계는 유별나 보인다. 그러나 키리의 혼란과 자연은 어떤 연결성도 가지고 있지 않으며 키리와 자연에서 대한 연결성조차 드러나있지 않다. 그렇기에 그저 영상미를 드러내기 위한 설계로 보인다. 이런 키리 서사의 불완결성은 스파이더가 아버지를 구한 것처럼 다음 화를 염두에 두는 태도로 보인다. 듄처럼 말이다.
생각 외로 다양한 인물의 내면적 갈등을 다뤄서 놀랐다. 하지만 너무 많은 인물을 다루니 인물의 내면을 깊게 마주할 수 없고, 스파이더처럼 얼렁뚱땅 해결되거나 키리처럼 언급되지 않는다. 어느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악당과의 대립보다는 제이크 가족이 이 영화의 장점인 아름다운 배경와 생명체와 어떻게 상호작용하지는가 보였으면 좋았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