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며 가장 강하게 든 생각은 뮤지컬영화가 아닌데도 뮤지컬영화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건 칭찬이 될 수도, 악담이 될 수도 있는데 칭찬부터 말해보자면 노련한 배우들의 에너지와 스토리텔링의 합 덕분에 아주 숙련되고 통제된 형태를 띄고 있다. 다만 이 통제된 형태는 진실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말이 될 수도 있다. 주제를 구현해내는 스토리텔링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인물 개개인의 개성이나 설득은 다소 적게 느껴진다. 배우들간의 과장된 연기합이나 영화 전반에 걸친 농담조는 영화를 더 과장된 성격으로 만들고, 엔딩을 통해 현실성을 전혀 배제한 상징주의적이고 연극같은 영화로 변한다. 또한 이런 통제의 문제점은 영화의 작은 부분들까지 하나의 줄기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모든 요소들이 진실되고 간과되지 않을 때, 통제하지 않은 부분까지 한 줄기로 모아지는 경지의 영화들이 있는데 이런건 홍상수가 잘한다. ㅡㅡ;
난 영화가 계속해서 보여지는 이 특이한 형태의 가족에 대해서 조금 더 이야기하고, 두 주연과 상호작용해주길 바랬다. 부모와 자식의 롤이 바뀐듯 보이고, 심지어 친자식도 아니다. 다가오는 죽음에 대한 공포를 이야기함에 있어 나치즘을 활용해 현실과 상호작용했듯이, 영화 속 상호작용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많은 매력적인 가족이라고 생각했다.
영화의 엔딩이 되니 화이트 노이즈라는 제목이 걸맞다고 느껴지며 나름의 노력으로 담백하게 이야기를 전하는 것 같아 훈훈하기도 했다. 그리고 엔딩크레딧이 좐나 기여웠음. (엔딩크레딧처럼 그냥 뮤지컬로 만들지!! 하나도 안어색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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