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미드 90> 2018, 조나 힐

Heeji 2023. 3. 23. 10:24

영화에서 보이는 것은 스티비의 변화, 어릴적 우정에 대한 노스텔지어이다. 영화는 누구나 경험해봤더나 공감할만한 에스테틱 즉, 분위기를 구현하는데 능하다. 외톨이였던 스티비가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특히 가족에게 받지 못했던 보살핌을 어딘가 서투르고 뒤틀린 방식으로 받게 되는 그 오묘한 감정은 누구나 인간관계에서 느껴봤다고 생각한다. 필름으로 찍은 것인지 후시로 효과를 넣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의도적으로 과한 노이즈가 껴있다. 처음에는 아무리 90년대의 빈티지 느낌을 주려 한다고 해도 감상에 의식될 정도여서 이렇게까지 노이즈를 넣어야 했나 생각했느었다. 그러나 앞서 말한 노스텔지어가 정말 강하게 와닿는 장면에서 이 노이즈가 ’추억‘으로써의 기억을 생성하는데 큰 작용을 했다. 레이가 스티비의 새 보드를 세팅해주는 씬인데, 과한 노이즈와 노을녘의 햇빛, 스티비에게 느껴지는 강한 행복감(우러러봤던 사람과 같이 있는 것), 단둘이서의 침묵과 같은 요소들이 있는 이 씬은 나 스스로가 회상한 과거의 기억의 형태와 매우 유사하다. 기억이 기억되는 방식은 각기 다르다. 날씨와 느낌같은 감각이 생생한 기억이 있는 반면 감정이 생생한 기억이 있고 시각적으로 생생한 기억이 있다. 나에게도 유난히 ‘분위기’가 기억되는 기억이 있는데 그런 기억들의 형태와 이 씬의 형태가 일치하다. 추억을 시각화한다면 이 영상이라고 말할 정도로 강한 분위기를 뿜는 씬이었다.
레이에 대해 허구의 노스텔지어가 느껴지는 이유는 영화처럼 어린시절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갑과 을의 인간관계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친구 사이, 좋아하는 사람, 선망하는 사람 등.. 내가 원하던 사람을 향한 애정이 쌍방이 되었을 때 정말 뛸 듯이 기쁜 기억이 있을 것이다.
다만 인물들의 상세한 내면이 보이기보단 간단한 캐릭터 디자인만 되어있는 점이 아쉬웠다. 스티비의 경우에는 가족으로 인한 결핍이 어떻게 ‘친구‘라는 방식으로 채워지는지 사랑의 형태나 유형이 드러났으면 하는 바램. 그리고 난 사학년이 너무 매력적이었다. 잘생겨서도 있지만.. 멍청해서는 카메라 들고 다니면서 영화를 찍겠다고 하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pov:영화과 현실 이런 밈 같아서..ㅋㅋㅋ 사학년이 카메라에 집착하는 이유와 그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예전 같았으면 이 영화를 작품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구조적으로 인물의 서사에 구멍이 너무 많으니까. 하지만 구조라던가 영화를 이루는 요소들의 평균적인 완성도 따위는 중요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영화는 결국 내 삶에 영향을 끼치기에 끌리는 것이고, 못난 구석이 많더라도 어느 사소한 장면, 순간 하나가 나와 작용한다면 그것이 영화인거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노래들과 힙합 에스테틱으로 가득찬 84분이 너무 즐겁고 행복했다. 나도 스티비, 레이, 존나네, 사학년처럼 평생 어린아이로 살아가고 싶다. 처음에는 웃음만 가득하던 그들도 결국은 균열이 찾아옴을 보고 참으로 비참했다. 이들은 생각이 없어서 애처럼 구는 것이 아니라 영원히 애이고 싶은 것이다. Pure J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