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105

<악마를 보았다> 2010, 김지운

다 이겼다고 관객도, 수현도 생각한 순간 경철의 비웃음으로 그 생각을 부숴버리는 신선한 엔딩이 좋았다. 끝내 뉘우치지 않는 경철을 보며 수현이 느낄 감정을 나도 생각하게 된다. 동시에 경철이 진실로 고통스럽지 않은건지 그에게도 이입된다. 단조로운 빌드업 때문에 엔딩의 여운이 더 남는 듯 하다. 다만 잔인한 장면을 필요에 의해 묘사하는 걸 넘어서 과하게 보여준다. 선정적인 장면 또한 마찬가지다. 필요에 의해 강간당하는 장면을 넣는다면 굳이 청소년 캐릭터에게 리본이 달린 꽃무늬 팬티를 입혀 클로즈업으로 강조하고, 처음엔 저항하지만 나중에는 즐긴다는 설정을 넣을 필요가 있을까? 전혀 없다. 단순히 선정성의 정도와 별개로 이 두 가지 연출은 특히 여성으로써 정말 불쾌했다.

영화 리뷰 2022.11.17

<박하사탕> 1999, 이창동

정성일의 에서 영화는 자신이 있는 곳을 벗어날 수 없으며 가장 잘 담고 있다는 말이 생각났다. 누구를 탓해야 할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을까? 그저 운과 상황이 전혀 다른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지 본질의 탓 만이라고는 할 수 없다. 영화를 보고 난 뒤 우리는 아무것도 할수 없다는 것이 결국 영화가 담아낸 한국이다. 메세지가 뚜렷한 영화 중에서 기술적 요소와 예술적 요소의 완성도가 가장 높은 것 같다. 촬영 구도나 장소들도 매우 눈이 갔다 당시대를 사회적 요소가 녹아든 장소를 통해 인물과 동화되기 더 쉬워지며, 마치 하나의 에스테틱이 느껴지는 왕가위 감독의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이러한 배경들과 인물의 배치를 정말 탁월한 구도로 담아내어 몰입이 강해진다 좌우 대칭된 시장, 빵을 먹던 항구 장면이 인상깊었다.

영화 리뷰 2022.11.17

<이창> 1954, 알프레도 히치콕

마치 연극처럼 주인공의 방이라는 프레임 하나로 전개되는 것이 색다른 느낌을 주었다. 장소와 소품을 한정적으로도 이렇게 잘 활용할 수 있다니! 히치콕의 영화는 ‘영화적 기술과 이론을 가지고 교과서를 만들면 이렇게 된다’ 라는 생각이 더욱 강해졌다. 각자의 집에서 각각의 사건들이 일어나지만 서로간의 정보적 전달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교류는 단지 주인공의 방 안에서만 이루어지며 창을 통한 정보의 총합들이 살인사건을 통해 퍼즐처럼 맞춰진다. 다만 클라이막스부터 엔딩까지의 별 볼일 없는 전개와 연출은 아쉬울 따름이다

영화 리뷰 2022.11.17

<노스맨> 2022, 로버트 애거스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이 우려보다는 덜 버거웠다 의도적으로 정확하게 분리한 시퀀스와 초월적인 액션이 신화를 그대로 영상물로 만들어놓은듯한 느낌을 주었고 악센트와 시대적인 대사를 곱씹는 재미가 엄청났다 다만 의도는 알겠으나 구린(도저히 표현이 안떠오름..) 족보cg가 아쉬웠다 신화적인 요소로써 영화의 정체성을 쌓아주기 때문에 빼버리기보다는 신비함을 살려서 다른 방식으로 풀어냈으면 어떨까. 또 북유럽 신화나 배경지식을 잘 알지 못한다면 사소한 부분들을 즐기지 못한다는 것도 아쉽다 처음부터 끝까지 강강강강인 알슼의 연기는 나는 보기만해도 힘든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 리뷰 2022.11.17

<컴온 컴온> 2022, 마이크 밀스

우리의 현실과 맞닿아있는, 기피할 수 없는 문제들을 헤쳐나가는 법을 알려준다. 사실 영화는 씩씩하게 헤쳐나가라고 하지도 해결해야한다고 말하지도 않는다. 결국은 우리와 분리할 수 없는 일부이고 어떤 방식으로 나와 하나가 되어가는지 보여줌으로써 따스하게 곁에서 걸어가준다. 수용과 이해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 준다. 생각이 많아지고 방황할 때에 다시 보고 싶어질 영화다.

영화 리뷰 2022.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