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자친구의 남자친구에서 ‘남자친구’의 주체가 바뀌는 것이 흥미로웠다. 로메르의 영화 중에서 의상을 통해 씬의 분위기를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인물의 위치를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건 처음이라 놀랐다. 로메르 감독은 매번 다른 도덕적 상황을 영화에 녹이는데 사랑하게 된 상대가 친구의 남자친구라면? 이라는 주제는 그의 영화 중에서 관객에게 가장 일상적이고 가벼운 주제가 아닐까 싶다. 로메르의 영화는 메세지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상황을 제사하고 그 상황 안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인물들을 보여줌으로써 관객에게 선택하고 생각하게 한다. 그러므로 관객은 레아와 파비앙 사이에서 끙끙 앓는 블랑쉬가 레아와 알렉상드로 커플을 통해 안정을 찾는 것을 보고 그녀의 생각에 대한 각자만의 결론을, 곧 자신만의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것이다. 관계의 경계는 무의미한 것이다, 진실된 사랑 앞에서는 우정이 밀려날 수도 있다 등등.. 각자만의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이 로메르는 물론 영화라는 예술 자체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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