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중경삼림> 1995, 왕가위

Heeji 2023. 6. 28. 14:53

영화의 인물들은 모두 뮤지컬 속에 있는 것 처럼 행동한다. 사물에게 말을 걸고, 매일 유통기한이 같은 파인애플 통조림을 사며, 짝사랑하는 사람의 집에 몰래 들어가 우렁각시 짓을 한다. 영화의 시작도 금성무가 이러한 특수한 루틴같은 행동들을 설명하는 식의 나레이션으로 시작하며 곧이어 케밥집의 전화기 앞에서 과장스런 말투로 온갖 사람들에게 전화를 돌리기 시작한다. 문제는 이런 인물들의 행동이 내겐 전혀 사랑스러워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원인들은 여러 곳에서 온다. 우선은 금성무의 연기 방식과 그의 이미지가 너무 이질감이 들었다. 인물 자체의 디자인이 별로라는 것이 아니라 금성무의 이미지와 캐릭터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달까.. 만들어진 인물, 영화 속 인물이라는 자각이 너무 크게 느껴졌다. 이런 현실감의 문제는 영화 전체로 이어진다. 영화 속 세계는 완전히 현실에 속해있는 반면, 인물들은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다. 영화는 스토리보다는 젊은 나날의 연애감정을 다룬 정서를 중요시한다. 그만큼 완전한 현실에 속해있는 세계에서 마치 동물의숲 주민들마냥 행동하니 괴리가 발생한다.

추가로.. 홍콩의 저 에스테틱도 어딘가 과하게 느껴졌다. 색상도 너무 사이버펑크같고.. 만약 외국 사람이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하면 백퍼 오리엔탈리즘이라고 욕먹었을거다. 어쨌든 이러한 이유들로 초반부터 영화에서 거슬리는 부분들만 눈에 들어와 색안경을 쓰고 감상한 것 같아 아쉽기는 하다. 그냥 라이트노벨처럼 인물들의 이런 아기자기한 행동을 재미로 느끼는게 감상 포인트인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