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 리뷰

Where you stand : 이기봉 개인전

Heeji 2022. 12. 8. 04:03

작가는 물에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외부의 대상과 관계를 맺으며 형태가 변형하는 것이 외부의 것과 접촉을 통해 세계 여러 층위의 모습ㅂ과 복수의 층위가 얽히고 설켜 나타나는 세계의복잡성과 닮아있기 때문이다. 인간 또한 결국 자신에게 비쳐지는 세상을 인식하는 존재라고 보았다고 한다.

이렇듯 작가의 작품은 캔버스 위에 아크릴 판 같은 것을 덧대어 두개의 이미지를 조합해 만들어진다. 이 두개의 레이어가 만들어내는 입체감은 사진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실제에서 생생하게 느껴진다. 당연한 말이지만 움직임에 따라 그림이 조금씩 변화되어 보이기도 하고, 오히려 떨어져서 보았을 때 그 입체감이 더욱 깊게 느껴졌다.

그리고 글자를 이용해 그 레이어를 활용하기도 한다. 이 작품은 가장 안쪽의 그림 레이어와 두개의 글자 레이어로 글자에 의해 그림이 잘 보이지 않는다. 글자에 의해 풍경, 특히 자연풍경이 가려지는 모습이 과도한 정보화시대의 모습 같기도 하다. 다만 이 작품이 아름답게 느껴질수도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렇게 글자가 많이 레이어된 작품이 아름답다면, 이 풍경이 이렇게 비춰지는 것이 아름답다면 이런 시각으로 세상을 인식하면 된다. 작가는 다른 방법의 레이어 배치와 활용으로 그 다양성을 보여준다.

글자 레이어와 그림이 반반 드러나있기도 하며 글자 레이어 위에 색을 입혀 그림의 끝부분 디테일리 글자의 모양을 따라가게 만들기도 한다. 첫 작품처럼 극단적으로 나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도 있으며 글자와 풍경이 혼합되는 방법도 존재한다. 이러한 다양성의 정점은 아래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위의 작품은 검정색 그림, 하얀색 그림, 글자 이렇게 세개의 레이어가 있다. 글자는 검정색 그림이 비춰지는 곳에서는 보이지만 흰색이 비춰지는 곳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곳곳에서만 보이는 글자는 풍경과 글자가 어우러져 비로소 한 레이어의 그림처럼 보이게 한다. 자연적인 것과 비자연적인 것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최적의 조화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전시를 통해 스토리텔링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그 내용이 상투적이라고 느껴지기도 하고 형식의 측면에서도 신선하게 느껴지지 않아 그다지 마음에 와닿는 것은 없었다.. 그리고 한가지 의문이 드는 것이 작가는 관계 속에서 의미를 형성하는 물의 특성을 드러냄으로써 안개를 주요하게 활용하였는데,(인간과 사물, 세계가 관계맺듯이) 이것을 그저 자연 회화로만 표현한 이유를 모르겠다. 안개를 표현해낼때 레이어 형식을 통해 관계의 결합으로 드러낸 것은 좋았으나 그저 풍경이라면 그곳에서 더 느껴질 것이 무엇이 있나.. 하는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