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 리뷰

별을 그리는 마음 : 이만익

Heeji 2022. 12. 16. 21:47

예상했던대로 마음을 사로잡은건 흔히 알고있는 이만익의 후기 작품들이었다. 초중기 작품들 특히 초기의 풍경화는 누구나 그릴 수 있는 밋밋한 그림처럼 느껴졌고 과도한 물감의 두께가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도 그중에 눈에 띄는 그림이 하나 있었는데

<생각에 빠진 장옥진>, 1972

정말 단순한 구성인데도 확실한 사물이나 배경이 드러나지 않는 것이 감각으로 그려진 그림 같달까. 아무것도 없는듯이 보이면서 미미하게 드러나는 문짝의 무늬와 왼쪽 모서리의 짙은 색채, 알수없는 검은 벽과 그 밑의 알수없는 빨강칠은 말 그대로 알수없기에 그저 감각적으로 좋다고 느껴진다. 모난 곳 없이 담백하게 들어차 밸런스가 잘 맞추어진 그림같다.

<유화자매도>, 2003

이만익 화가의 그림은 그림마다 색채가 다양하다기보다는 똑같은 색이 여러 그림에 걸쳐 자주 등장한다.(후기 그림에서) 가운데 있는 여인의 옷에서 조금 드러나는 민트색은 그림에 엄처난 생동감을 부여하고 환기시켜주는 효과를 한다. 다른 작품에서도 이와 똑같은 민트와 핑크가 쓰이지만 놀라울 정도로 일관성을 띄지 않는다. 최근 이기봉 작가의 그림을 보며 자가복제가 심하다고 생각했는데 일관된 내용을 다루면서도 그림마다 전혀 다른 정서와 배경을 지니는 점이 놀랍게 느껴졌다.

핑크의 사용에서 두드러지는 작품. 심청라는 내용에 배경을 추상적으로 그려 익숙한 내용을 작가만의 문법으로 새롭게 보이게 한다. 이거 보고 이만익x구찌 콜라보해도 되겠다고 생각함. 이런 내용을 그리면서 어쩜 이렇게 낯설게 할 수가 있지.. 과거와 현대의 조합처럼 느껴짐

<이중섭의 귀향>, 1994

가장 놀랐던 그림ㅜ.ㅜ 우리것의 내용을 담으면서 서양적인 색채를 결합했다는 설명이 가장 잘 느껴진 그림. 색채는 많은 작품에 동일하게 쓰여지기도 하고 이 그림에서 단연 돋보였던 것은 인물의 구도다. 양 옆 그림의 아이들이 큐피드처럼 보이기도 하고 마티스의 <댄스>가 바로 떠올랐다. 동서양의 조합에서 끌어낼 수 있는 최고의 시너지가 발현된 느낌 정말 너무 이쁘다 흑흑

이 그림을 찍은 이유는 유일하게 동양적인 내용이 아닌 것 같아서. 자라와 호랑이가 맞긴한데 호랑이의 저 성난 표정과 몸짓 때문에 동양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ㅋ 그런 의미에서 이만익의 색채와 선이 얼마나 서양적인 형태를 띄고 있는지 보여주는 그림이다. 단순히 내용만 바뀌었을 뿐인데 서양의 그림처럼 느껴지고 훨씬 활발하게 변했다.

작가가 의도한대로 대중친화적인 그림이라 느껴졌으며 정말 마음이 따뜻해지는 전시였다. 무표정으로 보이는 인물들이 가깝게 느껴지고 그들의 감정이 느껴지는 것 같은 이유는 작가가 고집했던 토속적인 내용 덕이 아닌가 싶다. 이만익 그림 속 사람들은 자신의 색을 갖추고 있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처럼 느껴진다. ㅋㅋㅋ이게 무슨 말이냐면 나도 그렇고 많은 예술가들이 ‘예술 이외의 것’의 전문가들에게 영감을 받고 그것을 페르소나 삼는다. 대대로 이어진 팥죽집이 될 수도 있고 자연이 될 수도 있다. 그런 각자의 색을 지닌 것들을 그림으로 옮겨놔 그렇게 느껴지나보다. 정말! 마음이 따뜻해지고 애잔하기도 한 전시였다.

넘ㄱㅇㅇ